글자는 소망을 싣고, 엉뚱상상 다섯 번째 꼴값쇼 리뷰 2019년 시작된 이래, 글자 꼴(Form)의 값(Value)을 다채롭게 바꿔온 | ||
맨 처음 〈꼴값쇼〉는 ‘의미 전달의 도구’에 한정되어 있는 글자를 더 자유롭게, 해방시키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우리는 글자 꼴의 값을 정보를 전달하는 단위가 아닌 그 자체로 감각하는 아트 피스로서 전환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초기 〈꼴값쇼〉를 통해 선보였던 미디어아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읽는 글자가 아닌 감각하는 글자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글자의 가능성을 마음껏 실험하고 나니 문득 궁금해졌어요. 그렇다면, “글자가 가장 잘 하는 일, 글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지?” 바로 소통과 교감이더라고요. 우리는 관점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꼴값쇼〉에 관객의 자리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기 시작했죠. 세 번째 꼴값쇼에서 관객이 미디어 월에 아트 피스로서의 글자를 송신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네 번째 〈꼴값쇼〉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섹션을 마련했어요.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가리키며 웃으며 신기해하고 송신된 자신의 이름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했죠, “이거다!” 교감하는 즐거움, 대화를 나누는 기쁨은 글자로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구나! 우리는 감각을 자극하는 글자 꼴에 집중하되, 관객과의 소통도 놓치지 말고 추구해야 했습니다. |
다섯 번째 〈꼴값쇼〉는 두 가지 특이 사항이 있는 전시였어요. 갤러리가 아닌 DDP의 열린 공간에서, 2022년 연말부터 2023년 새해 첫날까지 진행되는 시민들의 축제. 우리는 더 많은 시민들과 글자를 가지고 신나게 놀아보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하나쯤 품고 있을 새해 소망을 모아 타이포그래피 유니버스를 구성하기로 했어요. 모바일 사이트에서 화면에 소원을 입력하면 미디어 월에 메시지가 송신되는 단순한 구조였지만, 공간을 뒤덮는 이미지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학점 잘 받게 해주세요” “우리 사랑 영원히” “새 직장에서의 새 출발이 순탄하기를” “엄마 아빠 만수무강하세요” 등 소박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기하학적인 폰트와 만나 보랏빛 빅뱅을 연출하였고, 관객들은 조용히 가슴속에 품고 있던 소원을 공유하며 내 소원뿐 아니라 타인의 소원까지 함께 이뤄지기를 바랐습니다. 공간을 수놓은 소원들을 바라보며 시민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벌써 소원이 이뤄진 기분이에요” “글자가 감싸는 공간 안에 있으니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 들어요” “글자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요!” “타이포그래피로 구성된 은하수로 시작하는 새해, 일출보다 근사한데요?” 쏟아지는 감탄과 웃음 속에서 〈꼴값쇼〉를 기획해온 우리 엉뚱상상도 조그만 소원을 빌어보았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함께 글자의 모든 차원을 전부 체험하고 즐겨볼 수 있기를!” 그리하여, 2023년에도 우리의 꼴값은 계속될 겁니다. 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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